오늘의 교육 2012.1.2 - 6호

집단지성이 만들어 내는 진보적 담론의 교육전문지
《오늘의 교육》

《오늘의 교육》은 교육공동체 벗에서 만드는 격월간 교육 매체입니다.
《오늘의 교육》은 공교육 중심, 교사 중심의 교육 담론에서 벗어나 학교 안과 밖을 아우르며,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참여해 만듭니다.
《오늘의 교육》은 교육 현장의 현실과 고통을 르포와 비평을 통해 예민하게 분석하고 기록합니다.
《오늘의 교육》은 조합원들의 집단지성에 의한 협력적 저널리즘을 구현합니다.
《오늘의 교육》은 매체를 통한 소통과 연대 속에서 다양한 운동가 그룹을 연결하는 다리가 됩니다.

여는 글 - 교육 불가능 시대, 지금은 교사가 싸워야 할 때

지금은 싸워야 할 때다. 거대한 구조를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우리의 힘은 잦아들 것이고, 우리가 무기력해질수록 아이들도 우리에게서 모든 기대를 거둘 것이다. 결국 구조도 싸워서 바꾸는 것 아닌가? 교사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교사들 중에 장사치나 위선자만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을 만한 어른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 본문 7쪽, 박복선,〈여는 글〉 ‘교육 불가능 시대의 교사’ 가운데

왕따와 폭력으로 자살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여기저기서 교사들의 무능을 질책하지만 지금의 학교 폭력 사태는 교사들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폭력은 국가가 아이들에게 가하는 거대한 폭력에서 비롯된 것인 탓이다. 물론 교사들의 무능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선의를 가진 용기 있는 교사들도 무능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문제의 뿌리가 깊다. 아이들에게 교사는 언제부턴가 의미 없는 지식을 파는 장사치, 거짓 희망을 만들어 내는 위선자가 돼 버리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교육 불가능’이다.
진보적인 교육 단체들이 모인 어느 토론회 자리에선 진보 진영이 입시 경쟁이라는 거시적 원인에 집중하느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자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느라 학교 폭력 문제에 소홀히 대처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정해야 한다고 본다. 거대 담론을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립 서비스 수준에서만 제기했기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제대로 싸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할 일을 한다고 자기를 기만하고 있는 게 큰 문제가 아닐까?
《오늘의 교육》은 창간호부터 줄곧 지금이 ‘교육 불가능의 시대’임을 말해 왔다. 이젠 우리 모두가 무능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교육 불가능에 대한 인정과 그것을 넘어서는 좋은 삶, 좋은 사회, 좋은 교육을 향한 큰 기획이 나오지 않으면 변화는 힘들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시대를 사유할 수 있는 거대 담론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지금은 싸워야 할 때다. 거대한 구조를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교사들이 싸워야만 한다.

<특집>
교육 불가능 시대, 교사는 가능한가

나이 쉰이 넘은 여성 노동자가 35미터 크레인에 올라가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수백 일을 견디고 있는데도 그에 대해 침묵하는 교사. 직무 유기다. 그가 목숨과 바꿀 각오로 싸운 의제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지 않은가. 어찌 그가 온몸으로 내지르는 절규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80%가 비정규직이 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세상을 도외시하고, 그런 세상과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노동자의 절규를 말하지 않고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천연덕스럽게 읊조릴 수 있다는 말인가. 한미 FTA. 그로 인해 도래할 세상은 온전히 우리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일 텐데 그런 세상의 연원이 될 현실을 감추거나 무시하는 교육은 또 누구를 위한 교육이란 말인가. 후쿠시마를 보고도 대한민국 교실에서는 ‘핵’을 공부하지 않는다. 저런 디스토피아를 보고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학교는 ‘현실’에서 너무 멀다. 우리 교육이 짙은 무채색을 띠고 있는 이유는 학교가 아이들과 그들의 사회를 절연시키는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리라.
- 본문 50~51쪽, 김영진, <특집 교육 불가능 시대, 교사는 가능한가>
‘‘현실’을 잊은 교육, ‘현실’과 절연된 학교‘ 가운데

스승은 제자에게 어떻게 충실할 수 있는가? 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그 방법을 ‘계기의 포착’이라고 말한다. 파르헤지아, 즉 진실을 말하는 자가 말하는 진실이란 객관적인 진실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진실은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는 그런 진실이다. 다른 말로 하면 윤리화될 수 있는 그런 말을 진실한 담론이라고 불렀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말을 듣는 사람이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담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이다. 스승의 담론을 내면화하고 주체화함으로써 그는 더 이상 스승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제자의 독자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 본문 81쪽, 엄기호, <특집 교육 불가능 시대, 교사는 가능한가>
‘스승이 가능한가?’ 가운데

지금 이 시대에 교사가 가능한가?
이번 특집은 교육이 불가능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교사의 존재를 물으려 한다. 좋은 교사를 꿈꿨던 이들마저도 그냥 공무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두운 현실, 그러나 그런 현실을 우리가 다시 용기를 내 뛰어넘어야만 하는 이유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용주는 신규 교사가 ‘능숙한’ 교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현재 학교가 가지고 있는 관습과 문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요약하자면 학교가 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교사를 조직 융화력이 뛰어난 성실한 ‘공무원’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혁규는 오늘날 교원양성기관에서 어떤 교사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의 글에서 ‘교사’를 키우지 않는 사범대와 세상과 시대를 향한 고민으로부터 차단된 교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영진은 앞의 두 필자가 말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교사들이 결국 ‘현실을 잊은 교육’,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엔 무관심한 교육’을 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는 군산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경험을 통해 점점 미쳐 가는 이 시대에 교사가 먼저 ‘용기’를 갖고 ‘싸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엄기호는 교육이 불가능한 현재, 교사와 학생 사이에 회복되어야만 하는 것이 ‘우정’이라고 말한다. 제자와 우정의 관계를 맺는 가운데 그가 진실한 담론에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내게끔 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