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 400년 전 역사에 담긴 임진왜란의 기록, 교양으로 읽는 고전 02

<징비록>은 중앙북스의 <교양으로 읽는 고전> 시리즈 중 <난중일기>에 이은 두 번째 권이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이유는 ‘교양’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우리 선현들의 지혜를 다시 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위함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격이 높은 선진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 기록에 있어 ‘임진왜란’을 주제로 쓴 책은 다른 어느 전쟁기록보다 많은 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순신의 <난중일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손꼽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이다. 이 책을 저술한 시기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성룡이 탄핵을 받고 조정에서 물러나 시골에서 지낼 때 임진왜란을 반성하며 쓴 기록이다.

이 책은 전쟁의 피해자인 조선보다는 전쟁발발의 가해자였던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읽혔다. 요즘으로 따지면 베스트셀러라고 할 정도로 식자께나 있는 일본인들에게 많이 읽혔다. 심지어 <징비록>을 자기네식으로 재구성한 <조선군기대전>이라는 책까지 나와 있을 정도였다.
이 책은 숙종 21년(1695) 일본의 야마토야에서도 간행되었으며, 1712년에는 조정에서<징비록>의 일본유출을 금지할 정도로 귀중한 사료로 평가 받았다. 일본을 경계하기 위해 쓴 책이 도리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당대의 지식인들조차 전쟁의 징조를 놓쳐버리고 후회와 반성의 한평생을 보내게 했던 임진왜란. 이 책을 쓴 유성룡은 임진왜란이 한창 진행 중일 당시 영의정까지 지냈지만 앞서 전쟁의 징후가 농후했음에도 미처 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통곡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갔다. 이 책은 후손들에게 ‘유비무환’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알리고 싶어서 썼다.

이 책에는 당시 일본의 상황과 조선과의 관계, 전쟁 중 명나라에 구원병 파견을 요청하는 상황, 그리고 이순신을 비롯한 해상전투 정황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어 임진왜란 전후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난중일기>와 함께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 등 많은 학교에서 신입생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선정할 만큼 문학성과 역사성이 뛰어난 책이다. 필사본<징비록>은 경상도 관찰사 조수익이 유성룡 손자의 요청으로 인조 25년(1647)에 16권 7책으로 간행하였다.

제목 글씨는 소리꾼으로 잘 알려진 장사익 씨가 썼다. 탁월한 글씨체로 이상봉 패션쇼를 통해 세계에도 잘 알려진 그의 글씨는 캘리그라피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출판계에 신선한 활력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