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사진 : 예술과 기법 - 누드 사진의 역사에부터 촬영 기법, 갤러리까지

누드 사진, 왜 찍는가?
최초의 누드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이폴리트 바야르의 「익사한 사람의 자화상」(본문 12쪽). 그가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사진으로 남긴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 정부에서 자신이 개발한 양화 프린트 기술을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은 점점 더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고, 그 결과 누드 사진은 성적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섹슈얼리티를 탐구했던 많은 사진가들은 익명으로 활동했고 그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는 모델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욕망, 더 나아가서는 아주 노골적인 행위까지 보여 주었다. 이른바 에로틱 누드 사진과 포르노 누드 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번창하는 사업이 된 것이다.

회화주의 사진가들에게 누드 사진은 단순한 초상 사진이 아니었다. 그들은 내러티브와 상징체계를 탐구해 자신의 정서와 꿈을 누드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그들은 최대한 디테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연초점 렌즈를 사용하거나 정교한 인화 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프린트를 만들었다. 모더니스트들은 피사체 그 자체의 장점을 살려서 사진이라는 매체에만 있는 특수한 기법을 사용해 촬영하였다. 벗은 몸은 이제 그 자체로서 하나의 대상으로 표현되었으며, 선과 각도의 강렬한 상호 작용을 이용하는 하나의 회화적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만 레이는 암실 작업을 통해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이른바 솔라리제이션이라는 현상법을 개발하였다. 영국 사진가 빌 브란트는 누드가 문명의 인공적인 것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진 기법을 고안했다. 이렇듯 누드 사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시기별, 작가별로 누드 사진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표현 방식이 크게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목적이 되었든, 자신이 누드 사진을 찍는 이유를 명확히 의식하고 있지 못한다면 형식을 갖춘 누드 사진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을 주는 누드 사진을 얻기는 힘들다. 이 책에서 본격적인 누드 사진 기법을 전개하기 전에 누드 사진의 역사를 보여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적 충격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벗은 몸을 담아 낸 이미지가 예술의 한 장르로 정착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누드모델을 향해 카메라를 꺼내드는 본질적 의미를 한번쯤 각자 고민해 보도록 한 것이다.

누드 사진, 어떻게 찍는가?
누드 사진이 다른 분야의 사진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누드모델과 같이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누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모델의 자세, 표정, 사진 속 구도를 최대한 극적으로 이끌어 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누드모델과 허물없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아마추어만이 아니라 프로 사진가 중에도 모델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가치관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몸을 드러내는 모델은 사진가인 당신이 원하는 콘셉트를 표현할 수 있도록 몸을 내준다. 그들은 약자의 위치에 있으며, 따라서 당신이 존경심을 가지고 촬영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받아야만 한다.(본문 53쪽)

이러한 인식하에 이 책에서는 모델을 선택하는 방법, 모델에게 지시하는 방법, 표정이나 포즈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 등 누드모델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달한다. 누드 사진에서 기술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모델의 몸 위로 떨어지는 조명과 자연스러운 포즈이다. 이 책에서는 실외 조명, 스튜디오 조명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은 물론 조명의 효과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양한 갤러리로 보여 준다. 아울러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델의 포즈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방법도 수록했다.

촬영 후 이미지를 보정하는 방법도 빼놓지 않았다. 흑백으로 할 것인가 컬러로 할 것인가, 선명하게 할 것인가 부드럽게 할 것인가, 프레임을 어떻게 잘라낼 것인가 등 디지털 후보정 기법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누드 사진 촬영 기법을 소개할 때는 사진가의 내면에까지 파고들어 그 안에서 아이디어가 발전해 가는 과정과 그것이 결국 사진으로 형상화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 줌으로써 누드 사진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적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대가들의 작업 현장
마지막 장에서는 누드 사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10인의 사진가들을 소개한다. 그들은 이 책을 위해서 특별한 사진 작업을 했다. 그들의 사진에는 촬영 과정에 대한 매혹적인 르포르타주까지 실려 있어서 독자들은 촬영 현장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컷의 이미지를 얻기까지 어떤 콘셉트를 떠올렸고, 어떤 장비로 어떻게 준비 과정을 거치고, 모델과 교감을 나누었는지 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이 시도한 다양한 접근 방식과 각 이미지에서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스타일을 감상하다 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누드 사진이 얼마나 방대한 장르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사진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좋은 이미지들만 가려 뽑아 실었는데, 독자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