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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변경론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일본변경론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원 옮김
2012년 08월 02일 출간 정가 13,500원 페이지 324 Page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1. 일본인은 변경인이다
사라져가는 ‘거대서사’
집요저음, 변신의 재빠름
일본인은 왜 오바마처럼 연설하지 못하나?
비교하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를 못한다
전쟁도 분위기에 떠밀려 하다
일본의 논리를 떠받치는 ‘피해자 의식’
‘변경인’의 정신 구조
메이지시대 사람에게 ‘일본은 중화’였다
일본인이 일본인이 아니게 될 때
그래도 끝까지 변경에서 해보자

2. 변경인의 ‘배움’
미국에 시바 료타로가 있었다면?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의 근거
일본인은 진심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는다
뒤처진 자가 부여받은 재능
『무사도』와 섬나라의 민족성
무방비로 개방하는 일본인
스승은 ‘콘텐츠’가 아니라 ‘매너’를 가르친다
효율적인 배움의 기술
<미토코몬>과 인룡

3. ‘기機’의 사상으로 일본인의 심성구조를 보다
변경인의 종교성과 도
극락이든 지옥이든 상관없다
‘기’와 ‘변경인의 시간’
적을 만들지 않아야 천하무적이 된다
‘나’라는 개념을 바꿔야 타자와 만날 수 있다
미세하게 신체를 사용하다
‘있는 것’을 ‘융통해 쓰기’
배우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알겠다
세계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전제

4. 변경인과 일본어
‘나’는 왜 이 책을 쓸 수 없었는가
‘여보세요’가 전해준 것
부자연스러울 만큼 어깨에 힘을 주는 인간
일본어의 특수성은 어디에 있는가
일본어가 만화적 두뇌를 키웠다
‘마나眞名’와 ‘가나?名’를 구별해 쓰기
번역과 변경어

맺음말
옮긴이의 말
추천사: 일본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정수복(사회학자, 작가)


출처 : 알라딘 
저:우치다 타츠루
1950년 도쿄 출생. 도쿄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중퇴했다. 전공은 프랑스 현대 사상, 영화론, 무도론武道論, 교육론 등이다. 최근까지 고베여학원대학에서 문학부 종합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 『일상의 현대사상』『일산의 미국론』『일상의 교육론』『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영화는 죽었다』(공저) 『현대 사상의 퍼포먼스』(공저) 『망설임의 윤리학』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아저씨적인 사고』 『죽음과 신체』 『타자와 죽은 자』 등이 있으며,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곤란한 자유』 등을 일본어로 옮겼다. 2007년 『유대문화론』으로 고바야시 히데오 상을, 2010년 『일본변경론』으로 신서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 『하류지향』이 있다.
현재 고베시에서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의 공간인 '바람의 함성관'을 꾸미고 있다.

역:김경원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지냈으며,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양대 비교역사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있다. 근대문학이나 인문학과 관련하여 한국어를 살펴보거나 소설 작품에 대해 자신만의 비평과 해석을 가하는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을 넘나드는 연구에 힘을 쏟는 한편, 『동서문학』 평론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여러 문예지에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였다.

저서로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가 있고, 일어 및 영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토토의 눈물』, 『폴 오스터』,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우리 안의 과거』, 『불황의 메커니즘』『확률의 경제학』『세계화의 원근법』, 『모래성』, 『가난뱅이의 역습』, 『르네상스 문학의 세 얼굴』,『가난뱅이 난장쇼』 등이 있다.

출처 : 예스24 
■ 책 소개
이 책만큼 ‘일본인 그들은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대답한 책은 없을 것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여 앞장서 근대화를 이룩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패망했지만, 스스로 이룩한 근대화를 발판으로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함으로써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런 일본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지대해 수많은 일본문화론이 양산되었다. 우치다 타츠루의『일본변경론』은 일본·일본인을 일본 지식인의 시선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데, 일본을 규정짓는 핵심적 특성을 ‘변경성’에 두고 있다. 이런 우치다 타츠루의 주장은 이 책이 발간된 이후 일본 안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까지 올라섰던 나라를 변경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아해할 수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어떻게 일본을 ‘변경’이라고 이야기하는가? 우치다 타츠루가 말하는 일본의 변경성은 비주체적 열등의식을 말하는데, 일본인은 끊임없이 바깥을 향해 힐끔거리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중심부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것을 따라잡으려고 버둥거린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변경성은 종교, 언어, 친족제도, 정치 이데올로기 등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우치다 타츠루는 마루야마 마사오, 타쿠앙 선사, 무사도에서 미토코몬, 요로 다케시, 만화까지 다양한 테마를 종횡무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일본인의 깊은 내면 속에서 작동하는 변경성이 지닌 한계와 유용성을 아주 명쾌하게 파헤쳐들어간다. 이는 변경성을 비판적으로 서술하지만 변경성으로 얻게 된 일본인의 탁월한 배움의 능력을 거론하면서 변경성을 받아들이고 밀어붙이자는 논의로 이어진다. 이 책은 루스 베네딕트의『국화와 칼』, 이어령의『축소지향의 일본인』, 롤랑 바르트의『기호의 제국』처럼 일본을 이해하는 커다란 틀거리를 제공해주는데, 일본인 저자가 스스로의 역사적 사고와 행동의 패턴을 변경성을 통해 비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훨씬 설득력 있는 일본론?일본문화론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1장 일본인은 변경인이다」에서는 일본의 변경적 특성을 여러 역사적 사례와 일화들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인은 주체적 판단보다는 주변의 분위기, 대세를 파악하여 거기에 따르기 때문에 전쟁조차도 분위기에 이끌려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 러일전쟁의 상황을 통해서 일본인은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선행의 성공 사례를 따르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만 선발주자의 입장에서 타국을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2장 변경인의 ‘배움’」에서 우치다 타츠루는 변경적 특성을 비판하지만, 변경인이기에 가능했던 놀라운 배움의 능력을 이야기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배우는 힘을 잃어버린 일본인에게는 미래가 없고, 현대일본의 국민적 위기는 ‘배우는’ 힘의 상실, 즉 변경의 전통을 상실한 데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변경성을 부정하지 말고 더욱 밀어붙이자고 주장한다.「3장 ‘기機’의 사상으로 일본인의 심성구조를 보다」에서는 변경인의 종교, 도덕, 시간관을 이야기한다. 일본인은 영적 성숙에 대한 절박함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어떠한 기술도 도로 만들어 유도, 검도, 화도, 다도가 번창하는 것을 영적 성숙의 부족함에서 찾아내고 있다. 아울러 먼 곳에서 도래하는 ‘손님’을 환대하는 개방성은 지금 여기에서 영적 성숙이 절박하다는 사정을 대체해버린다는 점을 지적한다.「4. 변경인과 일본어」에서는 변경인의 언어인 일본어가 갖는 여러 문화적 특성을 재미있는 예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어는 한자어와 가나라는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병용함으로써 말풍선을 표음기호로 처리하는 만화적 두뇌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또 변경인인 일본인에게 메이지시대 이후 번역이란 서구어를 두 글자의 한자어로 바꾸는 작업이었으며 이것이 변경인의 언어적 재능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처럼 일본어의 특성을 통해 일본문화의 독특한 풍경을 그려낸다.

■ 책 내용
일본인은 왜 변경인일 수밖에 없는가
우치다 타츠루 일본의 변경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과 일본인을 매우 예리하고 엄격한 시선으로 분석해내고 있다. 그는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비서구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서구에 맞먹는 힘을 키웠음에도 열등의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비주체적 열등의식을 변경성이라고 표현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인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 저 바깥 어딘가에 세계의 중심인 ‘절대적 가치체’가 있다, 그것에 어떻게 하면 가깝게 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멀어지는가 하는 이런 거리에 대한 의식에 기초해 사고와 행동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성향을 지닌 일본인들을 ‘변경인’이라고 부른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마루야마 마사오를 인용해 “힐끔거리며 새로운 것을 외부 세계에서 찾는” 태도를 변경인의 기본적인 행동 패턴이라고 이야기한다. 변경인은 비트적거리고 힐끔거리면서 ‘나는 나’라는 데 자신감이 없이 항상 새로운 것을 따라잡으려고 팔다리를 버둥거린다. 그러면서 세계 표준을 향해 미친 듯 달려나가는 성격, 전통이나 옛 사람의 지혜는 헌신짝 내던지듯 버리는 성격, 동시에 한순간도 똑같지 않으려는 성향, 다시 말해 거의 병적이다시피 침착하지 못한 성격에서 일본인의 변경인적 속성을 찾아낸다.
또 타국과 비교하지 않으면 자국이 지향하는 국가상을 그릴 수도 없고, 국가전략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그러한 종류의 주제를 생각하려면 자동적으로 사고가 정지해버리는 것이 일본인의 두드러진 국민적 특성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일본은 어떠한 나라인가를 이야기할 때 기껏해야 경제력 순위표, 군사예산의 금액, 노벨상 수상자 숫자 등과 같은 것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미외교도 자체적인 전략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친밀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우치다 타츠루는 그 점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더욱 극단적인 양상은 전쟁이라는 중대한 결정조차 분위기에 떠밀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결정해버렸다는 점이다. 일본이 벌인 전쟁에는 강령이 되는 지도이념도 없고, 행위의 주체도 애매해진다. 개전의 주체가 선명하지 않은 전쟁인지라 책임 소재가 선명하지 않고 ‘악의는 없었다’는 변명만 오갔던 것은 도쿄재판의 전쟁 지도부들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 강인한 사상성과 명확한 세계전략에 의거하여 주체적으로 전쟁을 선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인은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선행의 성공 사례를 효율적으로 모방할 때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선발주자의 입장에서 타국을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 이미 존재하는 모델과 비교해 반응을 보일 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다. 따라서 세계를 향해 내가 세계 표준을 정할 테니까 다른 나라 국민들도 여기에 따라주기 바란다는 식의 보편적 메시지를 발신한 예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일본인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또는 일본만은 타국의 모범이 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거나, 심지어 그런 일을 하면 일본인은 이미 일본인이 아니게 되어버린다는 듯이 말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결국 세계 표준에 맞추어 행동할 수는 있지만 세계 표준을 새롭게 설정하지 못하는 것이 변경인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으로서 세계의 지도국의 위치에 올라섰음에도 국제사회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를 아주 잘 보여주는데, 그러한 태도 때문에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주요한 외교정책 영일동맹이 깨지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일본인들의 이런 변경적 속성은 세계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인들은 자율적 우주론을 가져본 적이 없다. 물론 ‘우리나라야말로 세계의 중심’이라는 과대망상에 빠진 적이 없다는 것은 아닌데, 그것은 화이질서의 도식을 뒤엎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뿐 독창적 우주론을 창출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성향은 종교에서도 반영된다. 변경인은 스스로 영적 성숙의 절박성을 느끼지 않으며, 스스로 영적 성숙을 이룰 능력이 없다. 유도, 검도, 화도, 다도, 향도 등 일본의 수많은 도의 번창은 실로 절박하지 않은 변경인의 종교성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 ‘도’는 무언가 실행력을 높이고자 할 때 머나먼 저곳에 탁월한 경지가 있으니까 그것을 지향하자는 자세를 취하게 하기 때문에 탁월한 프로그래밍이며 교육 방법의 장치이지만 스스로의 미숙과 미완성을 정당화하는 기제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처럼 현실 정치와 종교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작동하는 변경적 속성의 매커니즘을 풍성한 예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 그가 밝힌 변경성은 자칫 부정적 시선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데, 우치다 타츠루는 그것을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특성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피해갈 수 없는 민족지적 특성으로 부각시킨다. 그러면서 오히려 어떻게 변경인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주목한다.

그래도 끝까지 변경에서 해보자, 배움의 탁월함을 갖춘 변경인
우치다 타츠루는 이런 변경성에 맞서자고 한다. 변경성이라는 숙명을 이겨낼 수는 없어도 팽팽한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변경인의 강점으로 탁월한 배움의 능력을 들고 있다. 변경인에게 ‘기원에서 뒤떨어졌다는 것’은 본능적 앎이라, 일본인 국민 성격에는 뼛속 깊이 ‘뒤늦음’의 각인이 새겨져 있다. 일본인에게 사제관계는 매우 훌륭한 학습장치의 역할을 하는데, 스승을 고르는 예비능력의 고찰없이,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사람한테 배워보자’는 그것도 기를 쓰고 덤벼드는 각오를 다지는 일에 일본인은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는 것이다. 어떠한 스승이든 마음속으로 스승이라 여기고 충심으로 모시면 자율적인 학습의 메커니즘이 발동한다. 이처럼 사제관계를 시작할 때 이 사람이 스승으로서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기에 그런 방식으로 지적 돌파와 극복에 높은 개방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런 사제관계를 비롯해서 일본인은 배운다는 것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장치를 개발한 국민이라고 한다. 변경인이 지정학적 위상 때문에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배우는 힘’은 일본문화와 그 국민성의 심층구조에 울려퍼진다는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변경인에게는 외래의 제도와 문물은 귀중한 자원으로 낱알 하나도 소홀하게 여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개방적 태도로 외래의 지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외래적인 것 안에는 수용하기 어렵거나 받아들임으로써 손해를 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변경의 조건에서는 유용성을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그 유용성이나 의의를 미리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치다 타츠루는 여기서 레비스트로스의 ‘브리콜뢰르’ 개념을 끌어온다. 브리콜뢰르는 ‘이것저것 손에 닿는 대로 취해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란 뜻으로, 야생 인간은 본질적으로 브리콜뢰르라는 것이다. 브리콜뢰르는 길을 걷다가 어떤 물건이 발견되면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챙긴다.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유용하게 쓰이게 되면 그때 주워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우치다 타츠루는 그러한 능력을 ‘선행적 앎’이라고 하며 자원이 풍성한 환경이 아니라 변경의 지역은 발달한다고 지적한다.
우치다 타츠루는 ‘배우는 힘’은 ‘선행적으로 아는 힘’이며, 어떠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어떠한 논거로도 증명할 수 없음에도 확신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한다. 일본인에게서 배우는 힘이 쇠퇴한 것은 선행적으로 아는 힘을 개발해야 할 중요성을 오랫동안 방치했기 때문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인들은 이러한 능력을 필수적인 자원으로서 선택적으로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협소하고 자원이 부족한 일본이 강대국과 대등하게 맞서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우는 힘을 최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우치다 타츠루는 배우는 힘을 잃어버린 일본인에게는 미래가 없으며, 현대일본의 국민적 위기는 배우는 힘의 상실, 즉 변경의 전통을 상실한 데 있다고 지적한다.

변경인의 언어와 번역, 혼종적 언어는 변경인의 소명이다
일본어는 일본인의 변경적 특성을 아주 독특하게 담아냈다. 먼저 일본어는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를 병용하는 언어다. 요로 다케시의 만화론에 따르면, 한자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만화의 ‘그림’ 부분을 처리하고, 가나를 담당하는 부위는 만화의 ‘말풍선’을 처리하는 식으로 분업을 한다는 것이다. 만화를 읽기 위해서는 그림을 표의기호로 처리하고 말풍선을 표음기호로 처리하는 병렬 형식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본어 화자는 이미 병렬 처리 회로가 존재하기에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은 자동적으로 만화의 애독자가 될 수 있다.
일본어가 갖는 또 하나의 특성은 마나(眞名)와 가나(假名)를 구별해 쓴다는 점이다. 마나는 가나에 대해 참된 글자라는 뜻으로 ‘한자’를 가리킨다. 외래의 개념이나 술어를 그때마다 ‘마나’로 간주하여 ‘정통이라는 지위’에 놓아두고, 그것을 구어체의 토박이말 속에 끌고 들어와서 뾰족한 모서리를 다듬고 울퉁불퉁한 곳에 덧발라서 일반인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노력을 부지런히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외국어로 논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 일본어로도 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자국어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대학교수나 정치가, 관료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지극히 예외적이다. 유학을 다녀와야 우수한 학력자본을 얻게 되는 한국사회에 비교해볼 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일본인에게 서양말의 번역은 한마디로 말의 의미를 파악해 그것을 두 글자의 한자로 바꾸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외국어를 외국어로 치환했을 뿐이다. 바탕이 되는 피자 도우는 그대로 쓰고 위에 얹는 토핑만 바꾸었던 셈이다. 이것이 일본어의 이중구조와 변경인의 언어적 재능 때문에 가능했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어가 더욱 풍성하고 결이 고운 것으로 갈고 다듬기 위해서는 계속 마나와 가나가 서로 얽혀서 혼연일체를 이룬 혼종적 언어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진화의 막다른 길’이며 일본인이 아니면 대신 해줄 수 없는 업이라며 일본인 스스로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근대일본에서부터 치열하게 전개된 서양어 번역이 정확하고 정확하지 않고를 떠나 한국이나 중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측면에서 우치다 타츠루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을 얻게 된다.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인의 변경성을 거침없이 비판적으로 분석해냈지만, 변경성을 하나의 약점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강한 특성으로 부각시키며 그것이 지닌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명 그 안에는 일본의 수많은 한계가 있지만 그 한계 안에 일본을 성장시켰던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변경성이 갖는 최대의 장점은 외래의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개방성에 있을 것이다. 이는 일본의 경제적 문화적 학술적 성장과도 깊게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풍성한 사례들을 통해 변경성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일본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선명하게 그려냈다. 아울러『일본변경론』은 지금까지 나온 일본문화론 중 가장 독특하고 정곡을 짚어주기에 우리가 일본을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와 깊은 역사적 관계를 갖고 있으며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인 일본을 이해하는 깊고 넓은 틀거리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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