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

그대 옆에 있는 사람은 신이 내린 축복입니다.
수십억 년의 우주의 시간 속에 바로 지금,
그리고 무한한 우주의,
같은 은하계, 같은 태양계,
같은 행성,
같은 시대,
같은 나라,
같은 도시,
바로 여기에서 그대를 만난 것은,
1조에 1조를 곱하고
다시 10억을 곱한 수 분의 1만큼의 확률보다
더 작은 우연이기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되는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는 만화형식을 빌어 소중한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을 위한 한 편의 따뜻한 우화이다.
1991년 <여왕님! 여왕님!>으로 등장했던 주인공들, 전혀 여왕답지 못한 여왕님과 떡가래처럼 생긴 불구(?)의 애벌레가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로 2008년 다시 탄생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독자라면 누구나 순정만화 붐 시대를 기억할 것이다. 더불어 출렁이는 긴 금발머리와 가냘프고 멋진 순정만화의 주인공들 사이에 뜬금없이 짜리몽땅한 캐릭터가 깍두기처럼 눈치 없이 끼어들었던 충격적인 사태도 기억할 것이다. 강모림의 캐릭터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현실성이 전혀 없는, 그러면서도 뭔가 뭉클한, 동시에 너무 우스운 에피소드들이 우주에 둥실 떠있는 작은 외톨이별에서 일어난다는 기발한 설정의 <여왕님! 여왕님!>은 강모림의 불멸의 대표작이 되었다. 2008년, 아름다운 우화 한편으로 재탄생한 여왕님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 좀더 깊이 있는 사색을 담아 우리를 감동시킨다.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는 변두리 은하계의 외톨이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몽환적이면서도 실재적이고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3편 중 첫 편이 된다.
작가는 변두리 은하계에서도 외진 곳인 작고 초라한 외톨이별에 사는 소심하고 뚱뚱한 여왕님과 어느 날 여왕님의 삶에 불청객처럼 끼어든 애벌레를 통해 ‘아무런 노력 없이 맺어진 인연, 서로를 충분히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자신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숭고한 감정의 끈’을 말하려 한다. 그것은 가족, 친구, 연인의 인연, 모두를 말한다.
인생이란 길고 긴 여행이며 우리는 끊임없이 자아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책상 앞에 앉아서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쉼 없이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우리들. 그러나 알고 보면 내 인생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없다면 나는 유령처럼 투명한 존재가 되고 만다. 어쩌다 내가 이곳에 와있는가? 소중한 인연들, 그 안에 진정 내가 존재한다. 인연이야말로 자신을 찾는 외롭고 긴 여행길에 가장 큰 힘을 주는 우주의 선물이며 삶을 살게 해주는 감동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