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중국 4대 기서(奇書) 중의 하나인 수호지(水湖志: 일명 水湖志)는 중국의 민중이 사랑하고 키워 온 대중 문학의 자랑이다.
황하나 양자강이 광활한 대륙을 유구히 굽이쳐 흐르는 동안 수많은 지류를 품 안에 모으듯이 남송(南宋) 이래로 이름없이 사라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이야기가 민중들의 가슴 속에 깊이 간직되고 키워지다가 수회지라는 형식의 찬란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송나라 휘종 때(1119~1125) 송강(松江)의 무리 36인이 산동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항복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에다 36인의 인물전이 덧붙여지고, 다시 72인의 호걸들의 추가되면서 명나라 초기에 대략 오늘날 우리들이 보는 수호지의 모습이 갖추게 지게 되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수많은 민중들의 설화(屑話)와 이야기들을 간추리고 모아 수호지의 체계를 세운 사람은 시내암(施耐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로 되어 있다. 더러는 시내암이 엮은 것을 나관중(羅貫中)이 손질을 가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의 유명한 비평가였던 김성탄(金聖嘆)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꾸미고 문장을 다듬으며 귀찮을 정도로 많이 나오는 시(時)를 고감하게 삭제함으로서 흥미 있는 읽을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9년 영창서관(永昌書館)에서 처음으로 수호지 번역판을 출간하여 이른바 낙양의 지가(紙價)을 올릴 정도로 많이 읽혔으나. 다만 너무나 직역체(直譯體)
여서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정보화 시대의 물결을 타고 지나친 기계화와 함께 인간성의 상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오늘날, 의기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양산박 호걸들의 훈훈한 인간미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