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현대 중국을 가로지르다

오랜 옛날부터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코드가 되어 온 공자가 현대 중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본다. 특히 20세기 들어 중국의 주요 격동기에는 어김없이 공자 담론이 소환되었다고 하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자가 한 때는 공격과 비난의 대상이, 다른 때는 숭배와 추종의 대상이 되어 온 과정을 대중매체, 문학, 페미니즘, 고전 독법 등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들여다본다. 공자의 위상을 통해 각 글들은 지난 2천년 동안 중국인의 심리 기저에 뿌리깊이 자리잡은 유교 논리와 마주친다. 이 책이 보여주는 공자는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가 동물원까지 갖춘 민중교육관으로, 공자탄신기념일이 기념 대회로 변질되는 등 정치적으로 '기획'되기도 하고,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비난받다가도 유교 담론을 바탕으로 한 여권신장운동이 등장하는 등 중국인데게 다양한 양상으로 수용된다. 공자를 통해 단순한 전통의 고수와 서양 문명의 수용이 아니라 양자가 정치 정세와 정치 세력에 의해 변용, 변주되는 모습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식민지/근대화 과정을 바라보는 데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